본문 바로가기

일상속에서

Ludovico Einaudi - Oltremare

 

 

 

짧은 날숨, 긴 들숨. 짧은 들숨, 긴 날숨. 잠시 멈추는 시간.

 

말을 해야 할 건가 말 건가 잠시 시간이 필요하다.

끊임없이 떠들어 대는 녀석, 생각보다 말이 앞서는 군.

말에 생각을 가져다 붙이는 거 같다.

오늘 점심은 무얼 먹지? 만두가 들어간 떡국. 더운데 그냥 열무 냉면이나. 그래도 밥을 먹는 게 건강에 좋아. 김치찌개, 된장찌개, 아무래도 울 엄마가 끓여주는 맛이 나질 않지.

스포츠 신문을 뒤적인다. 요즘 좀 잘 나가는군. 부상만 없다면 올해 대박 좀 터뜨리겠어.

물은 셀프다. 서비스를 줄였으면 음식 값을 내리던가. 아니 그냥 내가 가져다 먹는 게 더 나아. 시원한 물. 약간 더운 물. 반씩 따라서 미지근하게 먹어야겠지.

찬 것도 더운 것도 일장일단이 있기 마련. 둘을 섞으면 하나가 된다. 양 쪽의 단점이 사라지게 되지. 옆자리 빈 테이블에 놓여있는 리모콘을 집어 뉴스 채널을 찾는다.

왜들 싸움들만 하는지. 혀를 찬다. 그냥 서로서로 조금씩만 양보할 순 없는 건가.

어차피 역사가 말해 주듯이 삶이란 약육강식이고, 강한 자가 살아남는 게 아니라 살아남는 자가 강한 거다. 정의로운 건 충돌하게 되지. 서로가 모두 옳으니까. 감정에 휘말려서 이성이 마비되어 버린 자들. 자신의 잘못은 모르고 남의 잘못만 들추려들지. 그게 사람이야.

왜 이렇게 웃음이 나지? 까닭이 있게 마련. 조건과 결과. 가정법은 조건이 주어지면 반드시 그 결과가 나오게 되어있다. 당신이 지금 유쾌한 기분이 아니라면 얼마 전 무언가 잘못된 선택을 했기 때문이리라.

 

짧은 들숨, 숨을 잠시 멈춘다. 그리고 긴 날숨.

 

말을 하지 않기 잘했다. 녀석의 행동은 언제나 자신에 차 있다. 녀석의 말은 언제나 확신에 차 있다. 녀석의 믿음에는 무언가 확고함이 묻어난다. 한 쪽 구석에 CC카메라가 보인다.

보이는 게 아니고 그 녀석이 우릴 보고 있는 거다. 저 녀석에게 영혼이 있다면. 감정이 있다면. 눈을 마주치지 못하겠군. 빤히 바라보는 데 아무것도 읽을 수 없다. 녀석의 까만 눈은. 그 눈은 많은 것을 담아 다시 우리에게 보여 줄 것이다. 갈등이 생겼을 때만.

말과 글이 넘치는 세상. 커뮤니케이션이라 한다. 접두사 Co -공동으로, 함께, 동료-

과거를 함께 오래 공유한 자를 친구라 한다. 말없이 감정의 전달이 가능한 존재. 그 외엔 모두 동료이자 지인이다. 새벽잠을 깨우는 고양이 암수가 만들어내는 교미소리의 끔찍함은 들어본 자만 아는 법이다. 감히 쥐새끼 따위가 얼씬 거리지 못하리라. 이것도 어떤 놈에겐 에로티시즘을 자극할 수 있다. 교미를 통해서 생명은 살아남게 된다. 어린 생명은 참으로 경이롭다. 어미의 젖을 물고 있는 눈을 감은 생명. 이보다 감동적인 것이 또 있으랴.

눈을 뜨면 끔찍한 세상이 펼쳐진다. 그 속에서 살아간다.

아름다운 것과 혐오스러운 것, 그리고 별 감흥을 주지 못하는 것과 함께 살아가게 되리라.

모든 감각을 조절하는 곳은 뇌. 뇌가 어느 곳에 가장 많은 감각을 부여하고 있는 지는 본인만 알 것이다. 물론 의식하진 못하겠지. 후각. 미각. 촉각. 시각. 무언가를 만들어내는 원시적인 곳은 바로 손이다. 손바닥에 유리조각이 박히면 그 어느 곳 보다 끔찍한 고통이 따른다. 예수 그리스도의 고통. 신경이 가장 많이 몰려 있기 때문이다. 젓가락으로 콩을 집고, 건반을 두드리고, 연필을 굴린다. 주책없이 입술이 감정을 드러낼 때 손이 가려준다.

아이가 태어났을 때 손가락이 몇 개 인지부터 세어 본거 같다. 열 개의 손가락. 죄다 깨물면 죄다 아프다. 발가락은 그 다음이다. 사실 가장 먼저 보는 곳은 바로 성기이다.

세상에 나오기도 전에 이미 알고 있다. 그리고..

부모란 인간은 아이를 위해 그 성에 맞는 것같은.. 장신구와 음악. 책을 갖추기 시작한다...

 

 

 

 

 

 

'일상속에서' 카테고리의 다른 글

떠난 친구들을 그리며(희에게)  (0) 2013.03.15
생각나는 대로 끄적끄적(Igor Presnyakov)  (0) 2012.11.09
어느 이른 출근길에..(Steven Kristopher)  (0) 2012.11.06
Everyday  (0) 2012.10.25
Child in time  (0) 2012.10.0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