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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시보는 책

'매트릭스로 철학하기' 진실의 사막

 

 

 

칸트에게 있어, 당신이 좋은 삶을 영위했는지 혹은 그렇지 않았는지를 결정하는 것은.

'당신이 어떤 경험을 했는가가 아니라 당신이 어떤 선택을 했는가'이다.

만약 당신이 언제나 옳은 일을 하였고 노력했다면 당신이 계획한 대로 일이 잘 풀리지

않았더라도 당신은 좋은 사람이다.

 

--

 

예언자의 말은 모피어스가 미래를 구성하는 데 적극적인 역할을 한다. 예언자를 만나러 가는

도중, 네오는 모피어스에게 그녀의 말이 언제나 맞느냐고 묻는다. 그러자 모피어스는 다음과

같이 대답한다.

'이것은 맞고 틀리고의 문제가 아냐. 그녀는 안내자야, 네오. 그녀는 자네가 길을 찾을 수

있도록 도와 줄 거야." 또 모피어스는 예언자가 자신에게 했던 말을 알려 주려하는 네오의

말머리를 가로채며 불쑥 말한다. "그녀는 정확히 자네에게 필요한 말을 해 준 거야. 그것뿐이야."

모피어스의 말에 따르면, 예언자에게는 어떤 목표가 있고, 그녀는 그 목표를 성취하기 위해

필요한 무엇인가를 예언의 형식으로 말하는 것 처럼 보인다.

어떻게 자신이 화병을 깨뜨리리라는 것을 알고 있었느냐고 네오가 묻는 대목에서 예언자는

자신의 의도를 고의적으로 누설한다. "네가 정말 알고 싶은 것은 내가 아무 말도 하지 않았더라도

네가 여전히 그것을 깨뜨렸을까 하는 것이겠지?"

대답은 물론 "아니오"이다. 그녀가 화병을 깨뜨리는 것에 대해 말을 꺼냈기 때문에 그런일이 발생

한 것이다.

"길을 아는 것과 길을 걷는 것에는 차이가 있다."고 모피어스는 우리에게 알려 준다. 예언자는

그녀의 추종자들이 길을 걷도록 돕는다.

그녀는 그들을 부추켜 그녀가 모든 것을 알고 있다고 믿게 만든다. 그렇기 때문에(예언자의 예지가

진짜라기보다 그녀가 예지를 가지고 있다는 사실이 명백하기 때문에) 네오는 자신의 삶을 통제할

수 있고, 이성의 한계 안에서는 어떤 것도 가능한 세계에서 살 수 있다. 

 

 

원하는 경험이라면 무엇이든 제공하는 경험 기계가 있다고 치자. 최고 수준의 신경 생리학자들은

당신의 뇌를 자극하여, 당신이 대단한 소설을 쓰고 있거나 친구를 사귀고 있거나 흥미로운 책을 읽고

있다고 생각하고 느끼도록 만들 수 있을 것이다. 그동안 내내 당신은 뇌에 수많은 전극을 부착한 채

커다란 통 안에서 둥둥 떠다니는 데도 말이다. 당신이라면 삶의 경험들을 미리 프로그램화 해 놓고,

평생 이 기계에 접속된 채 살아가겠는가? 만약 당신이 원하는 경험들을 조금이라도 놓칠까 봐 걱정

된다면 우리는 이 기계 안에 삶에 대한 다양하고 철저한 자료들을 입력시켜 놓았다고 가정할 수도 있다.

당신은 기계에 저장된 수많은 경험들을 놓고 앞으로 2년간 당신 삶의 경험들이 되어 줄 것들을 얼마든지

고르고 선택할 수 있다. 물론 당신이 커다란 통 안에 있는 동안 당신은 자기가 거기 있다는 것을

의식하지 못할 것이다. 당신은 자신이 경험하는 것이 모두 실제로 벌어지고 있는 일이라고 생각할 것이다.

이 기계에 접속하는 다른 사람들 역시 그들이 원하는 경험들을 선택할 수 있다. 기계에 접속하지 않은 채

남들에게 봉사하며 살 필요는 없다. ('모든 사람이 기계에 접속하고 나면 누가 남아 그 기계들을 작동시키는가

와 같은 문제는 일단 무시하기로 하자.) 자, 당신은 접속하겠는가> '우리의 삶이 내면에서 어떻게 느껴지는가'

하는 것 이외의 다른 무엇이...

우리에게 중요하겠는가...?

...

하지만 사람들이 이토록 완벽한 경험 기계에 접속하지 않으려는 이유는 무엇일까?

노지크는 세가지 이유라고 추측한다.

첫째, 우리는 단순히 어떤 일에 대한 경험을 갖기 보다는 직접 하기를 원한다.(...)

둘째, 우리는 개성 있게 살아가는 개성 있는 사람이 되고 싶어한다. 커다란 통 안에서 떠다니는

인간은 정체 불명의 모호한 존재이다. 통 안에 있었던 사람이 어떤 사람인지 알 도리가 없다.

그는 용감한가, 친절한가, 지적인가, 재치 있는가, 사랑스러운가? 이러한 질문에는 단지 대답하기

어려운 정도가 아니라 이에 뭐라고 말할 것이 없다. (.....) 셋째, 경험 기계에 접속하는

것은 우리를 인간이 만든 현실에 한정시킨다. 그것은 사람들이 구상할 수 있는 것보다 더 깊지도

더 중요하지도 않은 세계이다. 더 깊은 현실과의 실제적인 접촉은 없다. 그저 우리의 뇌를 자극하여

그러한 경험을 한 것처럼 만들 수 있을 뿐이다.....

                                                                                 

                                                                                          -Theodore Schik, Jr.-

사이퍼의 ..대사..중..

나는 이 스테이크가 존재하지 않는다는 걸 알아. 내가 이걸 입 속에 넣으면 매

트릭스가 나의 뇌에다 아게 아주 부드럽고 맛있다고 말해준다는 걸 알고 있다고,

9년이란 세월을 보낸 후에 내가 깨달은 게 뭔지 알아? 무지가 바로

행복이라는 거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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