포도송이만한 은행 열매가 주렁주렁 매달린 푸른 잎 무성한
천년의 전설 고스란히 간직한 용문사 은행나무가 서 있는 곳까지 걸어보았습니다.
나들이 나온 사람들이 이어진 계곡 곳곳에 자리잡고
차갑디 차갑게 흘러내리는 물에 발담근 자리 곁으로
스을쩍 끼어 앉아 쉬엄쉬엄
다 낡은 싸구려 돗자리 하나 옆구리에 끼고 오른 덕에
하늘을 완전히 덮어버린 무성한 잎사귀들로 덮인 천정은 드러누워
실눈 가늘게 뜬 채로 올려다 보면서
함께 걷다 앉은 누나 발도 간질러 보았습니다.
폭포라고 까지 부를 순 없겠지요.
쏟아져 내려왔다가 다시 흘러가는 계곡물 아래 움푹 패어
제법 깊이 담긴 웅덩이 속에 입고 있는 옷이 젖든말든
풍덩하고 담겨 볼까도 싶었지만 차마
잠자리를 잡으려는 건지 물고기를 잡으려는 건지
아빠를 따라 잠자리채를 물 속에 담그고 물장구치며
다 잡았던 무언가를 놓쳐버려 아쉬운 탄식을 뱉어내는 아이들도
이른 아침부터 시작했던 등산을 진작 마친 것인지
시원한 그늘로 자리 펴고 주섬주섬 챙겨왔을 먹거리들 한 쪽으로 물려놓고
화투장 두들기며 마주 앉은 이미 중년이 지나 보이는
어느 부부와 함께 하고 있는 그 또래의 일행들도
이 계곡이 베풀어 준 오늘에 충분히 만족한 표정들이었습니다.
어쩜 이리 예쁘게도 피어있던 건지
두 손 받쳐 감싸 들고 네 향기를 맡아보고 싶었지만
다가가려면 내가 빠질
그 만큼에 있었으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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