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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가는 길가에서

Serenade to Spring

 

간밤에 단비가 촉촉히 내린 후라서

은근한 기대를 가지고 나가 본

용설저수지의 오후엔

거센 바람이 불어대더군요.

 

본격적인 모내기철이 시작되었는지 이미 모를 심어놓은 논도,

 이제 막 못자리를 따박따박 옮겨놓은 논도 보였습니다.

 

여기저기 고르다 바람을 등지는 곳을 찾아

둑 가까운 곳에서부터 준비한 루어를 날릴 수 있는 가장 먼 곳까지 힘을 다해

캐스팅을 해 보지만

모내기를 위해 그 계절동안 가두었던 물을 빼고 있는

이 곳 용설저수지에서는 입질을 받을 수 없는 상황이었나봐요.

 

종일 불어댓지만 그래도 온순했던 바람이

 하필이면

이 캐스팅에 반드시 최고로 큰 고기가 낚일거라는 기대감에 부풀어

 

 있는 힘껏 날려보낸 루어가 수면에 채 떨어지기도 전에

갑자기 불어닥친 바람에게

성을 내버린 탓에 엉켜버린 백래쉬를 풀으려고 한참을 낑낑대다가

간신히 푼 투명색 라인을 회수하는데 그만,

 

아주 까탈스런 몸짓으로 성질만 더러운 듯

오늘 너 재수 털렸다며 비웃으며 달려온 녀석을 비로소 반갑게

아무도 들리지 않는 곳에서 나 홀로 폭소를 터뜨린 걸로

오늘의 낚시를 접고

 

이 바람에 혹시 꽃을 피운 녀석들이 있을지도 모르겠다는 기분으로 발걸음을 옮겨

누군가 죽은 육신을 곱게 간직하려는 욕심으로 다져놓은 무덤으로 향하는 길을 따라 난

숲으로 들어가자마자 눈에 익은 산딸기꽃 무리와

 

어느 화단에선가

날아와 이 저수지 강변에 홀로 피어나

그 고운 빨간색 수줍게 뽐내며 친구꽃이 피어나길 따라

응원하는 듯한 모습으로 서 있던 

장미꽃 한송이를 만날 수 있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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