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상에! 이 곳에서 만날 줄이야. 안녕하세요 제수씨. 아이가 제법 컷네?
반갑다. 인사해 아빠한테 낚시 처음 가르쳐 준 삼춘이야. 안녕하세요
숫기 없는 녀석 목소리가 기어 들어간다. 마지막 도착한 포인트에서 준
수한 크기의 배스를 낚고 나서 기념사진을 찍으려는데 지가 직접 낚은
고기가 무섭다고 만지지도 못한다. 어르고 달래서 겨우 낚시줄을 잡아
들게 하고 사진을 찍은 다음 돌려보내자 곁에 다가온 보트의 일행은 다
름아닌 1년전에 클럽에서 탈퇴한 동생네 가족이다.
호수 위에서 똑같은 사양의 보트를 마주대자 제수씨가 얼른 커피를 종이
컵에 따라 건네고 딸래미에게 초코파이도 준다. 이런 난 줄게 없는데.
-그나저나 클럽에 다시 나와야지? 너 없으니까 왠지 썰렁해.
-아이도 이 만큼 컸으니 다시 클럽에 나가볼까 해요,
제수씨 눈치를 보아하니 그리 싫은 내색은 아니다.
아무런 이해관계 없이 루어낚시라는 취미로만 모인 사람들 속에도 얌체들
은 끼어 있었다. 겨우 한달에 만오천원하는 클럽회비가 일년 넘게 밀려 있
는데도 뭐 먹는 자리엔 빠지지 않고 남 하는 일에는 참견이란 참견은 죄다
하려는 놈 패거리가 있었다. 그 녀석이 내세울 거라고는 클럽에서 좀 오래
버티고 있었다는 것과 나보다 한 살 많은 나이 뿐이었다. 새로 들어오는 회
원이 제 맘에 들지 않는다고 여기저기 험담에 모사에 질려 결국 소신있는
전 임원진의 결단으로 제명 시켰다.
-놈들 죄다 짤랐으니까 이제 맘 편히 클럽생활 할 수 있을거다.
-들어서 알고 있어요. 형님. 근데 이거 엔진 얼마해요? 9.8마력이면 음.
-뭐 얼마나 하겠냐. 그냥 사라 사! 살 때는 부담스러워도 사 두면 다 재산인 걸.
10개월 할부란 좋은 제도가 있잖냐. 흐흐
지 와이프 눈치를 슬쩍 보는 녀석.
사아~~하며 말꼬리를 내리는 제수씨, 부부가 함께 아이까지 태우고 도시락
까지 준비해서 망중한을 즐기는 걸 보니 허락 받는 건 시간 문제일 듯 하다.
삼년 전 가을 대청댐 방아실에서 처음으로 녀석의 보트에 올라 보팅의 매력
에 빠져버린 나는 딸래미에게 어떤 추억을 남기고 있는 건지. 배를 접고 돌아
오는 길에 녀석이 입을 뗀다.
-아빠, 다음에는 엄마도 같이 오자.
-그럴까? 근데 엄마까지 타면 무거워서 배가 가라 앉을 거 같은데? 흐흐흐
'니미는 뽕이다. 니미 한테는 니비도 뽕일테지..
몇 년 전 배드민턴 가르쳐 주려다 니비는 뇌혈관 터졌고 니미는 뭐가 터졌는
지는 모르지만 -아마 울화통일 거다- 아무튼 따로 노는게 가정이 평화로 가는
길임을 너도 언젠가 깨달을 날이 있을 거다. 욘석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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