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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의 이야기·루어낚시

2013. 8. 1

 

노래하나 들으면서 가보자구요~~^^

 

 

교대를 마치고 퇴근을 하는 42번 국도의 원주방향으로 휴가를 나온 차량들이 길게 늘어서 있었다.

'이번 주가 휴가의 피크였구나!'

경기 중북북지역을 중심으로 기나긴 장마가 이어진 올 여름. 드디어 장마의 기세가

한풀 꺽이자 사람들이 쏟아져 나와 강원도의 계곡을 찾아가고 있는거다.

집에 도착해서 아침을 먹고는 나도 모르게 잠이 들었었나 보다.

깨어보니 열 두시 쯤 햇볕은 뜨겁게 내려쏘고 공기는 축축하다.

전형적인 한국의 여름 무더위란 바로 이런거다.

선풍기가 불어주는 바람이 찐득하게 솟아나는 땀을 날려주지 못하는 날씨.

 

"지오야 아빠랑 배타고 고기잡으러 갈까?"

"아니! 좀 있다가 채은이랑 놀기로 했는데?"

 

하긴 이런 날씨에 또 이렇게 사람들 몰려나와 있을 때 아이 데리고 나가봐야 고생만 할 건 뻔하다.

점심을 먹고 다시 침대에서 뒹굴뒹굴. 슬슬 내일까지 난 시간이 아까워진다.

더디게 가는 시간을 확인하며 갈까 말까 고민하다 오후 네시에 가까워진 시간.

 

'컨테이너에 가서 배 싣고 아지트에서 배터리 싣고 마트에 들린다음 출발하면 오후 다섯시,

선착장에 도착하면 일곱시 쯤 될거, 아직 늦지 않았다. 가자. 곧 가을이 온다 싶으면

겨울이 올거. 그러면 가고 싶어도 가지 못한다. 가자!'

 

서둘러 고속도로에 차를 올렸는데 고속도로에는 휴가를 나온 차들로 아직도 빽빽하다.

가다서다를 반복하며 기대했던 시간에 한시간이나 늦게 선착장에 도착한 시간 오후 여덟시.

여름은 여름이다. 아직 어두워지지는 않았지만 땀을 뻘뻘 흘려가며 배를 펴고 물살을

가르니 이미 어둠이 내려앉았다.

 

 

경천지 호수 반대편에 콘도에 휴가나온 가족들이 폭죽을 터트리며 즐거워하는 소리가 들리는 반대편

직벽과 골창이 이어진 곳으로 모자에 끼운 LED 후레쉬에 의지해 조심스럽게 캐스팅을 해 보는데

녀석들의 입질은 이 더위에 지친 건 사람 니들만 그런건 아니라는듯 드문드문하다.

여전히 무덥고 습한 날씨는 해가 졌어도 여전했다.

 

 

저녁 아홉시 쯤 드디어 첫 수.

사짜에 겨우 턱걸이 될까 말까 싶은 녀석이 반갑다.

 

 

그리고 간간히 이어지는 녀석들.

직벽에 바짝 붙여 캐스팅한 뒤 리프트 앤 폴링을 천천히 반복해야 겨우 입질을 받을 수 있었다.

 

 

자정에 가까워지자 소나기가 내리기 시작했다.

아예 밤을 샐걸 작정하고 왔지만 호수 위에서 소나기를 맞으며 밤을 샌다는 건 무리다 싶어

서둘러 배를 몰아 산수장 선착장에 보트를 묶어두고 주인도 없는 방으로 숨어들어

젖은 옷을 벗고 빤스바람으로 선풍기를 쏘이며 몸을 말리는 중..ㅎㅎ

 

온단 말도 없이 왔지만

단골이니까 이정도 무례는 용서해 주시리라.

'아르바이트 학생들에게 가끔씩 팁도 주곤했으니까'

 

 

챙겨온 아이스박스에는 자두복숭아 네개 캔맥주 여섯개. 아라비카 커피 두개. 라면 두개.

2리터 물통하나 얼려 담아놓았다.

생라면에 스프를 살살 뿌려 부셔 먹고 난 다음 맥주 하나 마시고 새벽 4시에 알람을 맞추고 잠이 들었다.

 

 

뿌옇게 안개가 낀 호수의 새벽 다섯시 쯤

지난 밤 간간히 이어지던 입질은 완전히 끊어진 상태다.

남부지방으로는 계속된 여름 가뭄탓에 호수에는 지난 밤에 확인하지 못했던 녹조가 잔뜩 끼어

지저분하다. 어제 밤에 낚은 십여 수의 배스들.

럭키였었나 보다. 물론 자주 찾는 곳이라 녀석들이 숨어 있을 곳은 이미 훤히 알고 있지만 말이다.

 

 

풀벌레소리 매미소리 시끄럽고 새소리마저 함께 어울어진 호수의 새벽

제방 왼편 새물이 흘러드는 골짜리를 찾으니 이 곳에는 녹조가 심하지 않았고

수면으로 녀석들의 피딩이 보인다. 수면을 튀며 달아나는 작은 물고기를

쫓아가는 녀석들의 포식음. 하지만 작은 녀석들임에 틀림없다.

 

 

잠자리들도 날벌레 사냥에 열심이다 잠시 쉬려 내려않은 듯.

운 좋게 담긴 담았지만

사진이 영~~마음에 들지 않는다. 좀 더 클로즈 업해서 찍었어야 했다.

 

 

호수 이 곳 저곳을 빼 놓지 않고 달려보며 캐스팅을 해 봤지만

역시나 제대로 된 입질을 받지 못했다.

잔뜩 흐렸던 하늘이 점점 개어 조금은 상쾌하다 싶은데 내려쬐는 햇살은 그다지 반갑지 않다.

 

 

곧 지나가 버릴 이 여름. 곧 푸르른 저 나무들이 울긋불긋해지면 다시 한번 찾아오리라.

아무래도 여름 낚시는 밤이 아니면 힘들다.

고기들도 더운 수온탓에 움직이지 않기 때문이다.

 

 

호수의 가운데를 지나다가 관심 없이 지나치던 말풀의 입사귀도 담아봤다.

이미 낚시는 접으려 작정했으니까 이런 여유도 가져보는 거다.

 

 

아침에 낚인 녀석들 중에서 제일 귀엽게 생긴 녀석이다.

고만고만한 녀석들이 손가락막한 피라미를 쫓아가다 나에게 낚인 거.

 

"나중에 오짜 육짜 되어 나에게 다시 꼭 낚여줘야 한다 너? ㅋㅋ"

 

 

점점 더 뜨거워지는 햇살에 포기하고 마지막 남은 맥주로 갈증을 날리고 보트를 접었다.

오전 열시 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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