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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의 이야기·루어낚시

야간 나홀로 보팅

중북부지방에 계속되는 집중호우 속에 남부지방은 폭염에 시달린다는 소식입니다.

올해 장마는 조금 이상합니다. 금방 퍼 붓다가 화창하게 개고, 다시 집중적으로 퍼 붓습니다.

제가 근무하는 원주에도 밤새 비는 계속 되었습니다.

 

아침 퇴근길은 역시나 갈등을 하게 됩니다. 갈까 말까.

이 장마 속에 낚시를? 아랫지방은 괜찮다지만 폭염이라잖아. 그냥 집에서 쉬지?

자꾸만 게을러 지고 싶은 마음을 다 잡고 언젠가부터 계획한 나홀로 밤 보팅을 하기로 결정했습니다.

집에서는 역시나 미친놈 취급을 하죠.ㅋㅋ

 

아이스박스에 얼린 물한통, 큼직한 참외 두개, 캔 맥주 네개, 라면 2개, 기타 음료를 채우고

집을 나섰습니다. 제가 제일 즐겨찾는 경천저수지로 말이죠.

 

 

 아지트에 들려 배터리와  보트를 싣고 이천 톨게이트를 빠져나온 시각이 오후 두시 쯤.

대소분기점 근처에 오니 구름이 멋있게 펼쳐져 있습니다.

속으로 작은 기대를 품어 봅니다.

 

'제발 내일 아침까지만 이런 하늘이어라!'

 

 

어차피 이 땡볕에 배를 펴봐야 무더위에 지칠 거, 천천히 차를 몰아 논산 톨게이트를 빠져나와

중국집에 들러 짜장면하나로 간단히 이른 저녁을 먹은 다음 배를 펴고 나오니 오후 다섯시 반 쯤.

여전히 하늘에는 멋진 구름이 떠 다닙니다.

 

 

바람이 시원하게 불어주는데 갑자기 잠자리 한 마리가 날아오더니

제 팔뚝에 내려 앉았습니다. 가을이 벌써? ㅋㅋ

금방 날아갈 줄 알았는데 혹시나 싶어 카메라를 들이 댔는데도 고맙게도 사진 속에 담겨주었습니다.

 

 

 

제방을 바라보고 오른쪽 직벽근처에서 던진 Bite 90 서스펜드 미노우에 낚인 녀석입니다.

그다지 크지 않아도 힘을 잘 써주는 이 곳의 배스입니다.

역시나 장마를 대비해 물을 뺀 탓인지 녀석들은 죄다 수심 깊은 직벽에 붙어있는게 틀림없습니다.

 

요만한 녀석들 열 댓마리하고 놀다보니 어느덧 어둠이 내렸습니다.

 

 

저녁 9시쯤 생라면을 뜯어 스프를 살살 뿌려 먹으면서 갈증은 맥주로 달래면서

여유를 부려봅니다.

 

 

모자창에 끼운 희미한 LED 램프하나에 의존해 천천히 직벽을 더듬다보니

40중반의 배스들이 잘도 받아 먹더군요.

 

세시간동안 비슷한 녀석들 서른 마리 정도?

세 보진 않았지만 제방 쪽 하류로 내려갈 수록 씨알 마릿수 모두 나아지고 있었습니다.

 

 

새벽 한 시쯤..

지난 밤 야근의 피로마저 몰려와 골창 한 곳에 배를 묶어두고 잠시 눈을 붙여봅니다.

 

무언가 얼굴에 차가운 게 부딛치는 느낌이 들어 깨어보니 새벽 세시가 조금 넘은시간,

초저녁부터 잠들기 전까지 쏟아질 듯 총총하게 박혀있던 별들이 모두 사라진 칠흙같은 어둠이었습니다.

무섭지 않냐고요? 물귀신이라도 스멀스멀 올라올까봐 그동안 용기내지 못한

나홀로 밤 보팅이지만

 

막상 해보니 별거 아니더군요. 낚시꾼이 물을 무서워해서야 어디 낚시꾼이라고 할 수 없잖아요.

 

 

잠들기 전까지 잘 낚이던 고기들이 새벽에는 잘 나오지 않는군요.

갑자기 저기압이 펼쳐진 탓인 지도 모르겠습니다.

 

새벽 어둠을 뚫고 다니다 보니 어느새 여명이 밝아오고

간밤에 홀로 울던 소쩍새 소리는 사라지고 요란스럽게 짹짹거리는 각종 산새들 울음소리에

매미들마저 깨어나 시끄럽게 "칠월~~팔월~~칠월~~팔월~~"하며

울어대는 소리가 요란합니다.

 

 

 

위로 펼쳐진 울창한 숲 속에서 울어대는 날 짐승들의 분주함 속에

총총대며 이 곳에서 먹이를 찾던 다람쥐가 몇 마리 보이길래 담아보려했지만

카메라만 열고 촛점을 맞추려하면

금새 사라지곤 하는 녀석들이 조금은 야속하기도 하더군요.

 

 

어둠이 밀려나자 수면을 때리는 녀석들의 포식음이 제 주의를 깨우고 즉시

루어를 교체합니다.

 

간밤에는 주로 깊은 곳에서 입질이 들어와 프리리그와 지그헤드로 마릿수를 올렸지만

아침에는 수면을 공략해야 할 듯 꺼내든 건 역시나

개구리 모양의 포퍼입니다.

 

 

직벽에서 3~4 미터 띄우고 캐스팅한 뒤, 약 5초 정도 기다린다음.

로드를 툭툭 쳐 폭폭 액션을 주고 잠시 멈추는데 역시나,

수면을 박차고 힘찬 입질이 들어옵니다.

 

역시 여름 배스낚시의 꽃은 포퍼였습니다. 가슴 철렁하게 덮치고는 물 속으로 끌고들어가는

녀석에게 물 밖의 세상을 보여주고 있는 나..ㅋㅋ

 

 

뎁스사의 버즈젯 쥬니어에도 영락없이 반응을 해주는 군요.

역시나 고가의 루어는 그만한 가치를 한다는 걸 또다시 입증하는 순간이었습니다.

 

 

한 시간 가량 이어진 표층에서의 녀석들의 피딩이 끝나자

갈증이 느껴지고 다시 맥주를 하나 꺼내 여유를 가져봅니다.

 

되게 시원해 보이시죠?

 

 

아침 피딩이 끝나고 드디어 슬슬 내리기 시작하는 가랑비가 점점 굵어지는 듯합니다.

출발 전 바램대로 오전 9시가 조금 넘은 시간

배를 접고 여름 날 하루 밤 낚시를 접었습니다.

 

물위에서 어림잡아 16시간을 떠 있다가 집에 돌아와 미지근한 물에 샤워를 마치니

오후 두 시경, 이제야  배가 고파지더군요.

집 앞에 삼겹살 집으로 직행하고는 2인분에

소주 두병을 완전히 비우고는

골아 떨어졌습니다.

 

이제 곧 출근할 시간이네요..

제가 일상에서 잠시 탈출할 수 있는 취미를 소개해 보는 것도 훌륭한 취미가 된지 제법 된 듯합니다.

 

감사합니다..

 

 

 

새벽에 호수 위를 조심스럽게 달리면서 찍어 본 건데...어째 좀...ㅋㅋ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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