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들의 휴식을 방해할 마음은 조금도 갖지 않았습니다.
그저 언 강을 녹이기 시작한 따스한 바람결에 켜본 기지개였지요.
초록이 잠든 들과 마른 나무 가지 사이사이
절대로 저 혼자 다니는 법이 없는 새들이 달아납니다.
저만큼이나 떨어져 다가갈 엄두도 나지 않는 호수에선
부서지는 갈대에 가로막힌 아내의 함성을 비웃으며
여전히 머리를 깃 속에 묻은 채로 조금씩 멀어져가다
한 마리가 먼저 수면을 차고 오르자 차례로 그 뒤를 따라 흩어집니다.
살얼음 반짝여 가늘게 뜬 눈으로 지켜 본 철새들의 비상,
그들의 날갯짓은 결코 다가오는 법이 없지요.
아무도 모르는 사이 떠나버릴 보금자리로 남겨지는 기억이라면
붉은 산 그림자 속으로 난 하늘 길에 펼쳐진 춤사위들 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