추억

주문진 산책 (Sono solo Palole)

마르둑 2014. 2. 26. 07:36

 "모처럼 대게나 사러 가요. 아버지"

 "그러자! 요즘 그렇찮아도 드라이브 한번 하고 싶었는데 잘 됐다."

 

아파트 노인정에서 점심 식사를 하신다는 아버지를 전화로 불러 내고 지오와 지오의 영원한 후원인인 할머니마저

뒷좌석에 태우고 출발한 시간 오전 열한 시 삼십분.

 

 "지난 번 갔던 속초, 거기가 어디였죠? 동명항인가?"

 

그러면서 동명항을 네비에 찍으니 약 230 킬로미터가 찍혔다. 출발!

새로 난 남여주 IC를 통해 고속도로에 올라타고는 뻥 뚫린 영동고속도로를 달리는데 감기에 걸리셔서

밭은 기침을 연이어 뱉으시는 아버지께서 출발 시간도 늦었으니 그냥 주문진에나 들려 장을 보고 돌아가시잰다.

하긴 속초까진 주문진서 또 거의 한 시간 가까이 운전해야 하고, 그렇다고 속초까지 간다고 처음 달려보는 길도

아닌 바에야 특별할 이유도 없었다.

 

평창 휴게소에 잠시 들려 커피 한잔 마시고 도착한 시각 오후 두시 경의 주문진항은 평일이라 조금은 한가하지만

그래도 유명한 곳이기에 주차장엔 관광버스가 제법 들어서 있었고 끼리끼리 나름 멋을 낸 노인분들이 흥이 오른 모습으로

수산시장 이곳 저곳을 누비고 계신 곳에선 항구 특유의 짠 냄새가 신선하게 코를 찔러댔고, 빽빽하게 자리한

각종 해산물들을 담은 수조에서 흘러내리는 바닷물 탓에 발을 조심해 걷던 곳 한 쪽에 유난히 눈길을 끈 털게 두 마리를

진열해 둔 좌판 가게 앞에 서서 흥정을 시작했다.

 

 "이거 얼마?"

 

털게는 두 마리 밖에 없는데 팔 만원, 커다란 러시아산 대게 다섯마리 십 만원, 적당한 크기의 랍스터 세마리에 십 이만원..

스치는 손님들의 취향을 재빨리 잡아채 흥정을 걸어오신 노련한 주인 아주머니께서 털게 2마리에 러시아산 대게 세마리를

더해 십 이만원에 흥정을 마치고 재빨리 비닐 봉투에 담아 더 필요한 것 없느냐 물으신다.

 

 "문어는 얼마?"

 

유난히 문어를 좋아하시는 아버지를 힐끗 바라보시고 눈빛만으로 동의를 얻으신 어머니 앞에

커다란 문어 한 마리를 들어 올려 보여주시는 사장님께서 십 만원을 부르셨다.

겨우 그 가격에 5천원을 깍아 또 한 봉다리 묵직하게 챙겨 들고 쪄 주는 가게에 까지 안내해 주시는 것으로

필요한 장보기를 마치고 보니 이미 점심시간이 지난 오후 두시 오십분..

 

찜통에 담긴 대게와 문어가 익어가는 사이 각자 사 온 해산물을 들고 와 필요한 야채며 소주 등을 팔아

서비스를 하는 식당에서 따로 일인분에 2 만원하는 잡어 물회를 주문해 시원하게 한 그릇씩 들이키는 동안

재미없게 따라다닌 울 지오에겐 싱싱한 새우튀김과 오징어 순대가 제 입맛에 맞았나 보다.

 

다 익은 털게 2마리, 대게 3마리, 그리고 제법 커다란 문어 한 마리를 사천원짜리 스티로폼 박스에 담고

다시 장에 들려 반찬용으로 말린 이면수, 가재미 등을 사 바리바리 챙기고 집에 돌아오니 오후 다섯시 반,

즐거운 만찬으로 하루를 마감했다.  

 

 

예전 아버지 살으셨던 그 곳에서는 참 흔했던 털게라는데..

이젠 무척이나 귀한 존재가 되어버린 녀석의 희생으로 말미암아..ㅋㅋ

 

 

 

뭐에 그리 쫓기었는지..

마음 속으로만 미뤄 두었던 모처럼 나선 반나절의 여행 이야기..

 

아!!

얼마만에 내린 기록적인 폭설(3-4일동안 160여 센치로 대충 기억하는데)..

거의 열흘이 넘게 지난 어제에도

응달진 곳곳에 그 흔적이 남아있더라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