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상속에서

소고1리 서춘자 할머니 댁에서..

마르둑 2013. 12. 16. 04:31

 며칠 째 밉살맞게 뿌려대던 눈과 갑자기 불어닥친 한파에

꽁꽁 얼어붙은 출퇴근길을 조심조심

오가느라 신경이 쓰이던 날이 계속 되고 있었습니다.

 

토요일 야근을 마치고 일요일 퇴근시간이 되었고 얼마만인지

모처럼 따사로운 햇살이 눈부시게 이미 추수를 마친 들판 곳곳을 비추고 있었죠.

 

오늘은 클럽 가족들과 약속한 자원봉사의 날입니다.

집에 도착하자 마자 서둘러 아침식사를 마치고 약속된 장소로 차를 몰아갑니다.

제가 사는 곳에서 십여킬로미터 떨어진 이천시 모가면 소고1리를 향해 가는데

가는 길마다 보이는 풀과 나무에 눈꽃이 눈부시게 피어 있었습니다.

 

 

 

 

 

 

 

 

 

 

 

 

 

 

사랑이라는 이유로 하얗게 새운 많은 밤들

이제 멀어져 기억속으로 묻혀~~~^^

 

 

얼마나 오랫동안 혼자 살아오고 계신 건지 등이 굽은 할머니께서는

전혀 쓸데 없어보이는 온갖 쓰레기들을 내다 버릴 줄 모른 채

 집안 곳곳에 쌓아두고 계셨고,

우리가 버릴 거라고 집 밖으로 들어 내두면 할머니는 못내 아까운 표정으로

굳이 쓰실거라며 다시 집안으로 가져다 두시려고 합니다.

 

솜씨 좋은 일타이방 형님이 부엌에 선반을 두개 만들어 걸어

어지럽게 늘어놓았던 살림살이들을 제대로 정리해 놓은 다음,

 

할머니 안방에 일부러 사 온 종이박스에 담아 옷가지들 정리까지 해 드리려고 했지만

수차례 설득에도 불구하고 안방에 있는 물건들은 절대로 손을 못 대게 하시는 할머니..

 

아내와 딸까지 데리고 와서 안방까지 좀 더 깔끔하게 정리해 드리고 싶었던

엔티 형님은 아쉬움을 감추지 못했습니다.

 

오늘 함께 하신 자원봉사센터의 부장님께서 그러시네요.

"노인네들은 자기들 손에 익숙한 걸 바꾸는 걸 무척이나 싫어 하시거든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