음악

Elisa

마르둑 2012. 9. 19. 11:09

 

장마인가. 오다가 말더니 또 온다.

오라 할 땐 내리지 않다가

심술인양 떠나지 않는다.

 

한 참을 오지 않아도 너무 오래 머물러도

변덕스런 마음.

 

장화를 신어보고 싶어서 비가 오기를 기다리다

길가 고인 빗물에 맨발에 장화를 신고 첨벙거려도

신기하게도 발은 젖지 않았다.

 

찢어진 우산. 한 쪽이 무너진 우산.

꼬부라진 손잡이에 도시락 가방을 걸고 걸어오던 학교길.

엉거주춤 걷다 보면 장화 속은 빗물로 가득했다.

 

새로 사 준 투명우산에 빨간 장화를 신고

비에 젖지 않는 책가방을 매고

집을 나서는 아이.

 

장화 발목을 잡아 잠시

꼼짝 못하게 하던 진흙길은 사라진 지 오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