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의 이야기·루어낚시

첫 바다낚시의 추억...녹도

마르둑 2012. 9. 18. 13:48

 

 

충청남도 보령시 오천면 녹도리.

내가 자주 찾는 섬이다. 대천항에서 여객선을 타고 호도를 지나 닫는 섬. 그리고 그 배는 외연도를 향한다.

섬에서는 술을 팔지 않는다. 겨우 칠십여 가구.

그나마 비어있는 집들이 많다. 언젠가 강호동씨가 일박이일을 찍으면서 소개된 섬이다.

찾은지가 벌써 육칠년 되었다. 낚시꾼들이나 알던 섬.

 

오늘 여섯시 내 고향에서 녹도를 소개해 놓았다. 사슴을 닯아서 녹도다

선착장에서 마을까지 걸어서 이삽십분 떨어져 있다. 걷기가 귀찮다. 아이스박스도 무겁고 낚시대도 거추장스럽다.

여객선이 도착하면 어김없이 선착장에 나와 있는 일톤 트럭. 자가용이다. 이 섬에서는.

기름한번 주유하면..한 계절은 버틸 듯 하다.

눈치를 살짝 본다. 태워줄까. 아니면 그냥 쌩까고 제 갈 길로 갈건가.

어김없이 물어온다.

 

-누구네 집 가셔~~?

ㅋㅋㅋ(언제나 그렇다.)

-누구네까진 모르겠고..거기 케이티 안테나 ..큰거..달린 그 옆 집이요..

 

트럭 뒤에 짐을 싣고, 오른다. 냉큼 염치는 이럴 때 필요한거다.

 

찝쯔름한 섬 냄새. 이 냄새를 맡으러 온거다. 고기는 널려 있고 빨리 잡아서 늦은 저녁에 푸짐한 회파티를 준비해야 한다. 쏘주는 충분하다. 맥주도 넣었다. 깻잎. 재래식 된장. 초장. 직접기른 청양고추. 의성에서 재배한 맛있는 마늘. 그리고 회 뜰때 필요한 칼과 키친 타월 한 롤..

 

녹도엔 술을 팔지 않는다.

나름의 사연이 있다. 한참 고기가 많이 낚여 분주한 섬이었다 한다. 술은 화를 부른다.

사고가 있었단다. 벌써 몇 십년을 지켜 온 원칙이다. 녹도에선.

그래도 술은 삶에서 빠질 수 없다. 얼마나 좋은 것인가.

 

낮이 익은 아주머니가 여섯시 내고향에 주인공으로 등장했다.

작년 봄에 뵙고 테레비로 뵌다. 건강하시다. 여전히.

바다낚시에서 배스낚시로 종목을 바꾸니 섬 생각은 잊고 살았다.

 

아주머니 댁엔 언제나 친구와 함께였다. 바깥어르신은 언제나 집을 지키신다. 고된 물질 끝에 허리를 다치셨단다.

집안 곳곳엔 아주 작은 조개껍대기를 본드로 붙여 역어 만들어 놓은 작품들이 널려있다.

 

-저..이거 하나 주심 안됨?

 

-얼마 줄건데?

 

-머..얼마 ......

 

솔직히 욕심나서 한 말은 아니다. 그냥 보기엔 좋은데 돈 주고 살 것까진 아니다.

나름 정성이 들어가 있는 작품이다. 선물로 받고 싶은 욕심일 뿐이다.

 

한끼에 오천원하는 민박집 식사는 아주 특별하다.

갯것들로 가득하고 내가 잡아온 우럭, 광어, 농어새끼(까지메기라한다.) 대가리와 뼈로 끓여 낸 매운탕.

바다 다슬기? 간장양념에 무쳐주시는 그 손맛이 염치없는 밥 더 주세요..로 결말.

 

아마 지금 찾으면 대천해수욕장의 화려한 불빛이 보인다. 조금만 귀를 기울이면 해수욕장 어둑한 곳에서 밀회를 즐기는 이제 갓 어른이 된 수줍은 사랑의 속삭임도 들린다...고하면...뻥이지..

 

섬에 뜬 반달은 별빛을 충분히 가리진 못한다. 별이 쏟아진다. 기라성.

밤하늘에 반짝이는 수많은 별이라는 뜻으로, 신분이 높거나 권력 또는 명예 따위를 가지고 있는 인물들이 죽 늘어선 것을 비유적으로 이르는 말.

을 볼 수있다.

 

예순 일곱. 얼굴은 나이를 말해주지만 말씀은 아직 수줍은 아주머니가 그 섬에 계신다. 오늘 여섯시 내 고향에서 뵈었다. 그리고.

외할머니 얼굴도 스쳐간다.

마당 우물에서 두레박을 힘차게 들어올리시고 우물에 던져 넣으시던 외할머니.

우물은 참 깊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