트로츠키(로버트 서비스)
헌법재판소의 대통령 탄핵심판을 하루 앞 둔 대한민국은 양 진영으로 크게 갈려 우려와 기대
가 교차하지만 비교적 차분한 모습이다. 당대표의 ‘도장런’이라는 헌정사상 초유의 사태로 인
해 모처럼 찾아 온 여소야대의 정국에서 그 임기를 불과 일 년 남긴 대통령에게 등을 돌려버
린 국민의 대표란 사람들에게 쏟아지는 시선은 조롱과 경멸의 수준을 충분히 넘어섰다고 봐도
무방할 듯하다.
민주주의를 거부하는 군부의 독재가 개발이라는 미명하에 사회적 불평등을 야
기 시킨 정경유착 등의 적폐를 모조리 깨부수겠다며 연 이른바 '3김 시대'를 이끈 김영삼의
정치적 야합으로 탄생한 뒤,
보수층을 대변하는 당으로 군림했던 새누리당은 비박과 친박으로
갈라서 그 이름을 버렸고 이 혼란을 통해 갑자기 등장한 누군가 그 이름을
은근슬쩍 주워들었다.
어느 누구도 감히 드러내 놓고 말하지는 않지만 과연 대한민국은 마침내 사회주의로의 전환기
를 맞고 있는 것일까라는 의문이 자연스러운 까닭은 경제적 평등에 대한 열망에 있어서만큼은
진영의 논리는 자연스러운 동의로 귀결되기 때문이다. 모두가 같은 조건에서 살 수야 없겠지
만 그 차이를 줄여가는 노력이야말로 이 나라가 가장 우선시해야 할 의제이고 극히 일부를 제
외하고는 새로운 나폴레옹 보나파르트의 출현을 경계한다. 그들에게 합헌적 계엄령을 선포하
라는 주장은 미친 정신병자의 개소리에 불과하며 차기 대선주자의 이름을 부르는 자는 보위가
한창이신 왕의 후사를 논하는 것만큼 불경한 것이니 대역죄로써 다스려야 한다는 듯, 총과 칼
앞에서 분노하여 들었던 낫과 죽창대신 촛불과 태극기를 든 손이 눈물로 간절한 건 분명 혁명
의 시간이 무르익었음을 알리는 신호이다.
“무엇을 할 것인가?”, “그 때는 언제인가?” 혁명을 꿈꾸는 자는 결코 이런 질문에 멈칫거려선
안 된다. 당신의 앞에 서 있는 동지의 등을 믿고, 당신의 등을 믿고 뒤따르는 자의
발걸음 소리가 들리지 않을 순간까지 묵묵히 전진하라.
결과에 대한 예측은 그 누구도 할 수 있지만 그 누구도 당신의 삶을 대신 살아
주지는 않는 것처럼 그 누구도 당신을 기억하지 못 할 것이 거의 확실하다.
그것은 바로 당신은
레닌도 스탈린도 트로츠키도 아니기 때문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