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시보는 책

김산 평전(이원규)

마르둑 2016. 10. 3. 21:56

 

 

 

헬렌 포스터 스노, 에드거 스노의 아내였던 '님 웨일스'라는 필명으로 펴낸 소설 'Song of Ariran'의 주인공 김산.

 

장북성, 장북신, 장명, 유청화, 유금명, 유금한, 유한산, 유한평, 한국유, 유자재, 이철암, 우치화, 손명규 등의

가명과 필명들로 나라를 되찾겠다는 일념으로 중국대륙에서 살다 끝내 억울하게 죽어 간 한 남자의 이야기는

내 나라의 존재가 얼마나 소중한 지를 일깨워주기에 충분하다 못해 넘칠 지경이다.

 

1905년 5월 12일 평안북도 용천군의 러일 전쟁중에 어느 마을에서 출생 후 1919년 15세의 나이로 가출하여 만주의

겨울 700리를 걸어 서간도 신흥무관학교를 가는 것으로 그의 경력의 첫 장을 쓴다.

1년 뒤 독립운동의 뜻을 품고 상해로 가서 임시정부 기관지 [독립신문]의 식자공으로 일하면서

도산 안창호, 춘원 이광수, 이동휘를 만나 민족주의자가 되고, 다시 1년 뒤 테러리스트 오성륜을 만나

의열단에 가입하면서 톨스토이에 도취되어 아나키스트로 변모한다.

 

1923년 겨울 형제보다 가까운 정을 나누게 되는 김성숙과 함께 민족주의적 공산주의 단체 창일당을 조직하며

조국 독립을 이루기위해 공산주의자의 길을 선택한 뒤 1927년 장개석의 쿠테타로 국경합작이 좌초되자

김성숙, 유셩륜과 함게 광주봉기에 참가하지만 실패하고 1931년 군벌정부에 체포, 일본 천진 주재 일본

총영사관으로 인도되어 신의주 경찰서에 압송된 후 고문 취조를 받았지만 무혐의로 석방되고 북경으로

돌아왔으나 일제에 굴복해 변절했다는 혐의로 공산당으로부터 제명되고 동지들로부터 불신을 받는다.

 

그가 죽기 1년 전 1937년, 자신의 누명을 벗기 위해 연안으로 와 서로에게 걸림돌이었던 한위건을 만나

오해와 원한을 푼 뒤 헬렌 포스터 스노와 2개월간 22차에 걸쳐 만나고, 노구교 사건이 발단이 된 중일전쟁으로

2차 국공합작이 성사되면서 소비에트에서 파견된 강생의 비밀 명령으로 사형에 처해진다.

 

 

 

 

"맞아요. 나는 임시정부 기관지인 [독립신문]에서 일 할때까지는 민족주의자였고,

1921년 오성륜 동지를 만나 의열단에 들어갈 무렵부터는 아나키스트였어요. 그리고

두 해 뒤인 1923년에 김성숙 동지를 만난 뒤에는 공산주의자로 살았어요.

스노 부인, 당신은 잘 모르겠지만 조선인 혁명투사들은 대부분 그런 길을 걸었어요.

노선을 위해 내가 있는 게 아니라 조국 독립을 위해 그런 길이 필요했던 거지요."

 

"아름다우면서도 슬픈 느낌을 주는 노래군요. 다시 불러주세요. 나도 따라 부를게요."

두 사람은 같이 아리랑을 불렀다. 그녀가 혼자 부를 수 있을 정도가 됐을 때,

그는 설명을 붙였다.

 

"이 민요는 3백년이나 된 노래예요. 수없이 많은 고난을 뛰어넘어도 마침내는

죽음을 맞을 뿐이라는 느낌을 주지요. 죽음의 노래이지 삶이나 희망을 담은

노래는 아니에요. 그러나 죽음은 패배가 아닙니다. 무수한 죽음 위에서

승리가 꽃필 수 있으니까요."

 

"마치 조선의 현실을 담고 있는 것 같군요."

헬렌이 말했다.

 

-본문 중에서-